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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 ‘모두예술극장’에 가보니~
김여진 23-12-18 14:32 210회 0건

전철 안에서 충정로역을 알리는 안내원의 말이 나온다. “모두예술극장으로 가시려면 충정로역 7번 출구로 나가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모두예술극장’이 충정로역 인근 구세군빌딩에 문을 열었다. 

모두예술극장은 이름 그대로 모두의 예술극장이다. ‘장애든 비장애든 가리지 않고 누구나’, ‘향유’할 수 있고 ‘모든 형태의 예술’이 ‘모이는’ 공간을 뜻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드나들었던 여느 극장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마침 개관을 기념하는 시범 공연 ‘제자리’를 예매하고 관람했다.


모두예술극장으로 가려면 충정로역에서 7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하지만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한다면 엘리베이터가 있는 8번 출구를 이용하는 게 낫다. 


모두예술극장 매표소가 있는 2층에서 내리니 바닥에 길 안내도가 있다. 화살표 방향과 이미지가 공간을 안내하고 있다. 정면에 매표소가 있다. 상단에 단차(段差)를 둬서 휠체어를 탄 관객의 눈높이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통역사가 상주하고 있고, 문자소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별도의 태블릿도 비치되어 있다.


예매한 입장권을 받은 뒤 모두라운지로 향했다. 모두라운지 입구 벽면에 점자가 포함된 2층 안내도가 있다. 모두라운지를 입장할 때도 공간의 경계를 구분 짓는 문턱이 없어서 누구든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창가에 설치된 기다란 책상도 매표소처럼 단차를 둬서 휠체어를 탄 채로 이용할 수 있다. 벽면을 따라 길게 안전바가 설치되어 있다. 안전바에는 시각장애인용 점자가 표시되어 있다. 


정면의 대형 스크린에서 오늘의 공연을 알리는 영상에 덧붙여 자막해설이 나오고 있다. 본 공연을 관람하기 전 맛보기용으로 영상을 시청해도 좋을 것 같다. 


공연을 기다리면서 모두라운지 건너편에 있는 화장실로 갔다. 앗! 그런데 화장실이 여럿 있다. 장애인 화장실, 가족 화장실, 비장애인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다. 그동안 여느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가족 화장실이 있었다. 가족 화장실은 남녀 구분 없이 어린 자녀가 부모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어른용 변기 옆에 아이용 변기가 나란히 있다.      


3층의 공간 구성은 어떨까? 3층에 내려서 공연장 쪽으로 진입하니 공연 기자재 부스가 있다. 한창 여럿이 모여서 오늘의 공연을 위한 조명, 음향 등 설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도 단차가 없다. 1층 객석을 내려다봤다. 무대 또한 바닥에 네모 모양의 경계선 표시만 있지, 단차가 없다. 지금껏 봤던 무대는 객석보다 위쪽에 있고, 객석과의 거리가 멀었다. 


객석 1열에 휠체어가 들어갈 자리가 지정되어 있다. 객석 2열부터 의자가 비치되어 있는데 관객 수에 따라서 가변 조정이 가능하단다. 대부분의 공연장은 객석이 좁은데 객석 사이의 공간이 널찍했다. 


1층으로 내려가니 분장실이 있다. 출연 배우들이 대기하는 공간이다. 분장실마다 안쪽에 샤워기가 갖춰진 화장실이 있다. 배우들이 분장실 내에서 화장실 및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다. 1층의 분장실에서 2층의 무대 뒤편으로 곧장 이동하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그래서 장애예술인이 주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무대까지 갈 수 있다.


공연 시각이 가까워지자 모두예술극장을 방문하는 관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매표소에 수어통역사와 접근성 매니저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접근성 매니저라고 하니 생소했다. 그를 지켜봤다. 휠체어를 탄 관객이 나타나자 접근성 매니저가 반겨 맞이한다. 접근성 매니저는 관객과 창작진 개개인이 공연을 향유하고 창작할 때 마주하는 다양한 감각의 단차를 인지하고 함께 그 차이를 조정해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연이 끝난 뒤 접근성 매니저를 인터뷰했다.



접근성 매니저는 관객들이 공연장 및 공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Q. 접근성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나요?

A. 말 그대로 공연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접근성’과 관련된 부분을 관리합니다. 제 나름의 해석이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공연 자체에 대한 ‘접근성’과 공연장까지 오는 물리적인 ‘접근성’을 나누어서 생각하고 있는데요. 공연 안에서의 접근성은 요즘 많이 접할 수 있는 수어통역, 자막해설, 음성해설 등이 있겠고요. 이런 각각의 배리어프리 요소들을 중간에 매개하고 다듬는 역할을 합니다. 공연장으로의 ‘접근성’에는 관객의 이동 보행 지원 및 공연장 접근성을 체크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요. 관객의 신체적, 정신적 정보를 파악하고 사전에 극장이나 프로덕션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들을 미리 파악하여 지원합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통역사가 상주하고 있고, 문자소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별도의 태블릿도 비치되어 있다.

Q. 모두예술극장에서 한 달간 근무하면서 소개하고픈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공연 별로 다른 접근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접근성 제공 항목들을 미리 관객들에게 노출해서, 관객에게 해당 공연을 선택하지 않도록 안내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는 공연 별 접근성 정보를 관객에게 사전에 알려 막상 공연장에 왔을 때 겪을 낭패나, 사전에 관객이 공연 정보를 파악하는 데 드는 수고로움과 피로를 줄이자는 데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공연을 선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처럼 관객 스스로 공연을 선택할 수도 있고, 또한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접근성 관련 정보를 가장 상단에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접근성 매니저는 “대부분의 관객들에겐 ‘접근성’이라는 말 자체가 낯선데요. 더구나 접근성을 제공하는 공연이 많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제한된 접근성 항목을 제공하고 안내하는 것이야말로 분명히 의미가 있을 겁니다. 물론 그 이전에 다양한 접근성 항목들을 아주 당연하게 기본값으로 두는 것이 깔려 있어야겠지만요”라고 강조했다. 


모두예술극장은 공연마다 추구하는 접근성 항목을 명시해두고 있다. 내가 관람했던 ‘제자리’ 공연은 어떤 접근성을 추구했을까? ‘제자리’ 공연에서의 접근성 항목은 ‘문자해설’이었다. 공연 내내 무대 뒤 하얀 장막에 출연자들의 대사와 몸짓, 음악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실시간 문자로 나타내줬다. 


‘제자리’ 공연은 모두예술극장 해외 초청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되었다. 한국과 프랑스 공동 창작 작품이다. ‘제자리’의 사전적 정의는 ‘본래 있던 자리, 위치의 변화가 없는 같은 자리,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이다. 프랑스 극단 라콤마(La Coma)의 연출가 미셸 슈와이저가 한국의 출연자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했다. 총 9명의 출연자가 콘텐츠를 구성해 대사나 몸짓으로 표현했다. 그들이 들려주는 말은 무심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들의 절규이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곽해리나 씨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습니다. 공연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심리적 부담감이 있었어요. 정해진 시간에 맞춰 공연장에 와서 공연을 관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두예술극장은 가장 편안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좁고 불편한 공연장이 아니니깐요. 누구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장입니다. 그리고 제가 관람했던 공연도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공연이어서 여러모로 뜻깊은 자리였어요”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뒤 공연에 참여했던 출연자 한 분을 인터뷰했다. 과거 공연했던 공연장과 다른 점을 물어봤다. 그는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으로 개관하고 한 달쯤 지났다고 들었어요. 공연장 시설이 깨끗하고 좋네요. 배우인 제가 봤을 때 먼저 무대에서 대사할 때 발성하기가 편했어요. 제 목소리가 사방으로 잘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어요. 또한 화장실이 장애인 화장실, 가족 화장실, 비장애인 화장실 등 다양하게 갖춰져서 이용하기가 수월했어요”라고 말했다.  


장애예술인을 지원하는 정책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해 9월 7일 장애예술인지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부터이다. 그때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구매 제도의 시행을 알렸다. 3월 28일에 시행된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구매 제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창작물을 구매할 때 총액의 3% 이상을 장애예술인 창작물로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였다. 


또한 장애예술 표준공연장과 부대시설 조성이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구세군빌딩 내 모두예술극장이 문을 열었다. 장애예술 표준공연장은 창작자와 공연자, 관객 등이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의미한다. 장애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쉽게 접근해 활동하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이다.


모두예술극장은 10월 초 시범 공연을 시작으로 국내외 장애예술 우수 작품, 창작·기획 작품 등 10개 작품을 엄선해 우선 내년 2월까지 선보인다. 모두예술극장 공연장과 연습실, 스튜디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연 2회 정기 및 수시 대관을 신청받을 계획이다. 다만, 장애인(단체)에게 우선 대관과 사용료 할인 혜택을 제공해 장애(예술)인의 창작 및 발표 기회를 확대하도록 공연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제자리’ 공연에서 출연자가 세상을 향해 소리쳤던 절규가 아직도 내 귀에 여운처럼 맴돌고 있다. ‘살아있어 소중하다’라는 글이다. 짧지만 강렬했다. 


진작에 이런 극장이 생겨났어야 했다. 모두예술극장이 예술장애인 표준공연장으로 모든 공연장의 표준이 될 거라 확신한다. 시작이 반이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_윤혜숙(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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